정시전형은 공평한가? 2025년 서울대 정시 합격생 교육특구 쏠림현상

☐ 서론


대학 입시 전형의 공정성 문제를 언급할 때 많은 사람들이 "정시가 그나마 공평하다"라고 말하곤 합니다. 사람들이 공정과 공평의 단어를 섞어쓰기때문에 여기서 "공평"과 "공정"의 사전적 차이를 살펴보면, 사람들의 머리속 개념으로는 공정보다는 공평이라는 표현이 맞는 것 같아서 그렇게 사용하겠습니다. 

사전의 정의에 따른다면 '공정'은 '공평하고 올바름'을 뜻하고, '공평'은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고름'을 뜻하는 것으로 공정이 공평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공평'은 수적인 개념이 강하고 '공정'은 사람의 주관적인 가치 판단이 개입된 윤리적 도덕적 개념이 강하다 

그렇다면 서울대 정시 합격자가 지역별, 고등학교 유형별, 학부모의 경제 수준별 차이가 적어야합니다. 그러나, 2025학년도 서울대 정시 합격생 데이터를 살펴보면, 서울 출신이 46.8%로 전년 44.7% 대비 증가했어요. 

인원수로보면, 718명으로 전년 676명에서 5%정도 증가한 것을 볼 수 있어요. 정시가 사교육 영향을 많이 받기때문에 교육특구의 합격자 쏠림 현상을 보여주고 있지요. 


서울대 정문 (출처: 서울대 홈페이지)
서울대 정문 (출처: 서울대 홈페이지)

정시가 공평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생각은 똑같은 시험지(선택과목이 다양해서 사실 똑같지는 않지만)로 본 점수를 가지고 대학이 학생들을 뽑는 기준이 깜깜이가 아니라 분명하기때문에 공평하다고 하는 것 같아요. 대학 입학 과정에 초점을 맞추어져 있는 뜻 같아요.

수시는 우리가 잘 아다시피 교과전형,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논술전형으로 나뉘는데 논술전형을 제외하고 교과와 학종은 고등 3년 과정의 성실도를 크게보고 거기에 수능점수로 최저학력기준을 맞추는 형식이지요. 

여기에서 학생과 학부모들의 가장 큰 불만은 강남 전교1등과 지방 전교1등의 학업 역량차이가 큰데 수시전형은 그것을 감안해주지 않는다는 것이지요(물론 특목고, 자사고 제외). 그래서 정시 전형을 더 늘려야 한다고 말하지요. 정시 전형을 늘렸을때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개인적인 의견을 풀어볼까합니다.


☐ 정시 전형 확대시 문제점


1) 공교육이 무너진다

저는 이 점이 가장 안타까워요. 자퇴생이 증가하고, 학교 수업이나 교내 활동에 참여하지 않고 수능공부만하는 학생들이 늘었다는 것이지요. 수능과목은 한국사 제외하고 5과목(국영수탐탐)인 반면, 공교육 과정은 30개 이상의 과목을 이수하고 10번 이상의 지필시험과 많은 수행평가, 그리고 비교과 활동을 이수해야해요. 

학교생활에 시달리기보다 수능 5과목만 집중해서 공부하는게 원하는 대학 입학에 유리하다고 생각하기때문입니다. 공교육에 계신 훌륭한 선생님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공교육의 포괄적인 역할이 많이 사라졌지요. 수업 시간에 다른과목 기출문제 풀고 있어서 선생님께서 뭐라고 하면 "저 정시러인대요. 그냥 문제집 풀면 안되나요?"라고 반문한다고 합니다.

자사고와 흔히 말하는 갓반고(상위권 일반고)의 경우는 교과과정이 일반고와 다릅니다. 수능 시험에 맞추어져 있어서 2학년말까지 모든 교과과정을 다 끝내지요. 

2학년 1학기에 수학1, 수학2를 다 끝내고, 물화생지 과탐 모두를 2학년때 다 마무리합니다. 3학년 1학기부터 수능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교육과정이기때문에 선행없이는 그 교과과정을 따라가기 힘들고 성적을 잘 받기 힘듭니다. 

이렇게 무리한 편법적인 방법을 쓸 수 밖에 없는 이유는 학생들 대부분이 정시 전형에 지원해야하기때문에 수능 공부 시간을 확보해주기 위해서지요.


2) 정시 전형은 공평하지 않으며 교육 특구에 유리한 전형이다.

지방이나 시골 학생들이 서울대 포함 인서울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던 방법은 정시전형이 아닌 수시전형의 "지역균형전형(지균)" "학교장 추천전형(학추)" " 순수 교과전형" 이었습니다. 한 학교당 대학교에 지원할 수 있는 인원이 제한되어 있었기때문에 전국의 모든 고등학교 학생들이 지원하고 동일선 상에서 경쟁했지요. 

최근에는 학교장 추천전형의 인원수 제한이 없어지거나 여유로워지면서 지방 학생들의 인서울 길이 더 좁아졌지요. 정시전형은 사교육이 많이 투입되어야해서 돈이 없다면 정해진 시간에 성적을 올리기 힘듭니다. 

정시전형은 수능 5과목만 공부하면되는데 왜 많은 사교육과 돈이 드나요? 그리고 지방에서도 메가스터디 인강, 시대인재 LIVE 다 들을 수 있어서 더이상 일타강사들 강의가 수도권 학생들만의 소유물이 아니고 지방학생들도 다 들을 수 있잖아요! 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을거에요. 

온라인 인강이 활성화되면서 지방학생들의 일타 강사들의 강의 접근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에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시 전형이 교육 특구 학생들에게 유리한 이유는 "수능 문제"의 특징 때문이에요. 

학력고사 시대의 학부모들은 잘 이해를 못하는 부분이 수능 5과목 밖에 안되고(학력고사 시대는 문이과 과목을 선택하지 않고 모두 다 보고 과목별 점수 비율의 차이만 있어서 더 많은 과목을 시험을 치루었지요), 학교/학원/인강강사가 반복해서 친절히 잘 가르쳐주는데(학부모는 학원, 과외 금지시대 사람) 뭐가 어렵냐고 합니다. 

여기서부터 세대갈등 시작!! 입시를 잘 모르는 아빠들이 주로 하는 말 "하고자 하는 놈은 어디서든 잘한다. 너의 의지 문제다 !! " 라면서 방점을 찍어버립니다. 제가 제 자녀들 둘과 함께 국영수 과탐 입시 공부를 같이 하면서 "수능 1등급은 정말 정말 어렵다" 입니다. 그냥 "어렵고 힘들다" 이 한마디면 끝입니다. 수험생 머리가 AI가 되어야합니다 😢. 


수능 문제의 특징논리적 분석과 추론력, 강한 집중력, 지문에 대한 단기 기억력(국어, 생명 유전) 결합한 종합세트입니다. 국영수탐구 과목 모두가 그렇습니다. 완벽한 개념이해와 꼼꼼한 암기를 바탕으로 위의 능력들을 갖고 얼마나 빠른 시간에 문제를 해결해 내느냐를 판가름하는 시험입니다.

즉, 타고난 영재성이 필요한 시험입니다. 재수 삼수한다고 성적이 1등급이 안나오는 이유이고요. 열심히 노력만 한다고 1등급이 안나와요. 영재성 위에 엄청난 노력을 보태야 1등급을 만들어 낼까말까합니다. 그래서 아이들 공부 못하다고 너무 뭐라고 하지 마세요.

그렇지만 우리 모두가 영재가 아니잖아요. 그렇기때문에 초등때부터 선행을 달리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노력의 부분을 강화시키고, 그러한 노력이 창의성과 영재성을 발전시키기도 하고요. 

그리고 다양한 문제를 무한반복함으로써 낯선 킬러 문제를 풀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고, 일타 강사로부터 문제풀이 팁을 배워나가면서 부족한 영재성을 채워갑니다. 그렇기때문에 돈이 많이 들어가는 전형입니다. 우리 아이를 알파고로 만드는 시험이 수능시험입니다.

또한, 수능 시험의 특징이 매년 진화하고 발전합니다. 5년 전 기출시험 문제만 봐도 쉽게 느껴질 정도에요. 정권의 지도자에 따라 수능 기조가 또 바뀝니다. 기출문제 베이스를 충분히 통달해도 흔히 말하는 준킬러, 킬러 문제는 수능장에서 처음 만나기 쉽습니다. 

교육 특구 학부모들은 위에서 말씀드린 그런 모든 부분들을 대비하고 준비하기때문에 지방학생들이 따라가기 힘듭니다. 개천에서 용나는 전형은 수시전형이지 정시전형이 아닙니다. 교육 특구와 지방 학생들의 출발선이 다르기때문에 결과도 다릅니다. 


3) 정시전형으로 들어온 학생들은 대학 입학 후 '중도탈락률'이 높다

대학에서 가장 골치 아픈 일 중 하나가 "중도탈락"하는 학생들입니다. 1학년 40명을 뽑아놓으면 2학기때 휴학10명, 2학년때 자퇴 또는 전과 10명 그래서 40명 중 20명만 남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등록금 수입이 줄고, 2, 3학년때 편입생 모집을 위한 부담이 아주 큽니다. 수시로 들어온 학생들보다 정시로 들어온 학생들의 중도탈락률이 훨씬 높기때문에 대학입장에서는 컴퓨터가 성적점수대로 뽑아주는 정시전형보다 내가 선호하는 학생들을 내손으로 뽑을 수 있는 수시전형을 선호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서울 상위 16개 대학에 "학생부 종합" 전형이 많습니다. 여기에는 추가적인 여러 이유도 있지만 그것은 언젠가 포스팅 해볼게요.

정시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의 특징은 내가 한 문제만 더 맞았으면 한 단계 더 높은 학교에 입학이 가능했을텐데, 아니면 약대에 들어갈 수 있었는데 아쉬움이 아주 크기때문에 반수나 학교를 다니면서 수능을 다시 봅니다. 그래서 성공하면 바로 떠나는 거지요. 

4) 정시 전형 학생들이 대학 입학후 적응 및 학업성취도가 낮다

위에서 언급한 것인데 정시로 들어온 학생들은 내가 한문제만 더 맞았다면, 지금 여기에 없었을텐데 하는 아쉬움과 미련이 많습니다. 그래서 다니고 있는 학교가 내 학교 같지가 않고 마음이 붕 떠서 다닙니다. 그러니 학과 친구를 안사귀고 동아리 활동도 안하고 학업성취도도 낮습니다. 남는 시간에 수능 공부를 다시 할까? 고민합니다. 

경희대 입학설명회에 갔을때 이 문제를 지적하면서 "우리는 정시에 강한 특목 자사고 출신 학생들보다 일반고 학생들 선호한다. 그리고 정시로 들어온 학생들보다 수시로 들어온 학생들이 대학 생활 적응도 잘하고 중도탈락률이 적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업성취도가 좋다" 라고 말씀하신게 기억이 나네요. 

5) 정시 전형 학생들은 입학 후 학업에 어려움을 겪는다 - 성실함, 과탐심화과목들 미비

정시 전형으로 들어온 학생들인경우, 그 배경이 다양하다. 검정고시 후 수능만 보고 온 학생들, 교사와 같은 다양한 직업을 갖고 있다가 온 경우 등 다양한데 예를들어 메디컬 계열의 학과의 경우 대학교 1,2학년때 물리, 화학, 생명을 배우는데 수시 전형으로 들어온 친구들은 물화생지 1, 2 과목을 이미 수행하고 오기때문에 대학교 1,2학년때 배우는 과학 과목들의 개념이 낯설지 않다. 

그런데 정시로 들어온 학생들 경우, 프로모터(promoter) 전사인자(transcription factor) 도대체 이게 뭐냐고 묻는다고 한다. 하나도 이해를 못하겠다고. 문과생이었다가 수능 잘봐서 들어온 경우, 이과생이지만 과탐2 과목들을 이수한 적이 없는 친구들에게 해당되고, 고교 졸업한지 6-7년 된 정시생들 모두에게 해당된다. 일반고에서는 생명과학2 시간에 배우는 것들인데 말이다.

주변 대학생들과 인터뷰한 결과, 대학 생활과 공부하는 것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다고 한다. 수시로 들어온 학생들은 고등학교 다니면서 수행평가, 시험, 보고서, 교내행사, 동아리발표, 공지사항, 팀워크, 계획 등 많은 것을 스스로 잘 챙겨야했기때문에 대학생활도 자기 주도적으로 하는 편인데, 정시로 들어온 학생들의 경우는 자유로운 영혼들이 많다고 한다. 계획성, 성실도, 팀워크 면에서 좀 차이가 있다고 한다. 


☐ 결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더 이상의 정시 확대는 위와 같은 문제점들 때문에 반대하는 입장이예요. 정시 전형도 꼭 필요합니다. 수험생들에게 다양한 루트를 통해서 대학을 입학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놓아야하기때문이지요. 

정시 전형의 문제점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성적으로만 뽑지말고 면접도 보고, 내신 성적도 반영하고, 생활기록부 기록도 참고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최근들어 정시에서도 생활기록부(학폭 여부, 출결)와 내신을 반영하는 전형들이 생기는 것은 고무적입니다.

전반적인 문제 해결은 입시 정책의 큰 틀이 변화해야겠지만 어떤 정책도 모두에게 공평한 정책은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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